왜 독서, 영화, 연극, 음악감상, 미술관람을 즐기는 것일까?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교양 즉, 심미안(審美眼)을 높이기 위해서다. 삶을 잘 누리고 살려면 심미안(審美眼)을 높여야 한다. 심미안이란 아름다움과 추함을 분별하여 살피는 마음의 눈이다. 심미안이 높은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결정장애가 없다.
독서나 음악감상시 자기자신을 잊고 쉽사리 몰입에 빠질 수 있는데, 몰입에 빠져야만 심미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늘 주인공으로만 살아가는 삶에서 가끔씩 주인공에서 벗어나 다른 일에 몰입하는 삶은 필수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 좋은거 하나는 해야 될 짓과 하지 말아야 될 짓을 분간하는 능력이 생긴다는 점이다. 원래 인생은 해야 되는 일만 하기에도 시간이 짧기 마련이다. 뭐든지 해본 사람이 인생 별거 아니더라 하는 거와, 꿈만 꾼 사람이 별거 아니더라고 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대한민국 남자들의 불행은 꿈만 꾸는데 익숙하다는 것이다. 능력이 없거나 돈이 없어서 못하는게 아니라 이미 다 갖고 있는데도 스스로 그런 걸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꿈만 꾸면서 사는 부류가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꿈만 꾸면서 살기에는 삶은 너무 짧다.
심미안이란 교양(liberal arts)과도 일맥상통한다. 인문학을 뜻하는 Humanities와 liberal arts의 차이는 무엇일까? Humanities는 Humanity의 복수형이다. 풀이하면 인간적인, 인간성의 복수형이니 인간성을 나타내는 복수의 것, 인간에 대한 역사, 인간의 예술, 인간의 생각, 행동 등 굉장히 넓은 의미를 갖는다.
liberal arts는 어떨까? ‘자유로운’이라는 단어와 학문의 성격을 표현하는 ‘arts’가 만나 조합되었다. 자유로운 학문, 학문이야 원래 자유로운 것인데 굳이 ‘자유로운’이라는 의미를 덧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liberal arts는 자유민, 상인계급의 기본소양을 채우기 위한 학문으로 자리매김했었다. 처음 시작할 당시 liberal arts는 문법, 논리, 산수, 기하, 수사, 음악, 천문이었다.
정리하면 Humanities는 인간성의 복수형으로서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역사, 사상, 문학, 예술,행동, 생각을 포괄하는 단어이고, Liberal Arts는 학문의 의미보다는 커리큘럼에 가깝다.
한국에서 인문학은 ‘liberal arts’ 일까, 아니면‘Humanities’ 일까? 보통 한국에 불어닥친 인문학 열풍은 ‘liberal arts’라고 말한다. 대학에서 인문대학이라고 영어로 적은 것을 보면 ‘the college of liberal arts’ 이다. 결국 대학 안에서, 이 사회에서 인문학은 학문 그 자체로서의 인문학이 아닌 교양을 쌓기 위한 과정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양의 영어식 표현은 liberal arts가 적당한 것 같다. 즉, 교양을 쌓는다는 것은 심미안을 높인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