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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단상

포토 에세이

by 흙둔지 2024. 7. 29.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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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붓는 햇볕에 대지가 헐떡인다. 
밀려오는 열기에도 나무는 푸르름을 발산하고 풀은 싱그러움을 뽐낸다. 
가지마다 빼곡하게 달린 잎이 짙은 그늘을 드리운다. 
풀잎은 바람의 리듬을 타며 팔랑거린다.

황톳빛이 듬성듬성 보이던 풀밭이 
어느새 빈틈없는 초록빛으로 반짝인다. 
질경이는 하늘로 꽃대를 질기게 세우고, 
토끼풀은 이파리를 넓게 펼치며 땅따먹기 놀이에 한창이다. 
메꽃은 어우러져 살자고 수평과 수직을 덩굴손으로 동여맨다,
여름에는 여기저기서 씨를 만들고 열매 맺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 계절이 식으면 다가올 가을날의 풍요를 맞이하리라. 

 

 

 

[칠월 / 허연]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 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 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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