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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포토 에세이

by 흙둔지 2024. 9. 26.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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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드리우시고,
들판에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을 영글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따뜻한 날을 베푸시어,
열매들이 온전히 무르익게 하시고
진한 포도주에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해 주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오랫동안 외롭게 살아가면서
잠 못 이루어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리하여 낙엽 뒹구는 가로수 길을
불안스레 이리저리 헤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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