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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과 잡풀들에게 삶을 배우다

포토 에세이

by 흙둔지 2025. 2. 10.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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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보면 이름 모를 들풀들이 꽤 많이 보인다. 
밟히는 줄도 모르고 밟히는 잡풀들이 있다. 
있는 줄도 모르고 존재하는 것들이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그 들풀들에, 잡풀들에 눈길이 갔다. 
이름이 없지는 않을 것인데도 이름 없이 살아가는 들풀들이, 
밟히는 줄도 모르고 밟히는 잡풀들이 꼭 내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들풀과 잡풀들의 이름을 식물도감과 인터넷 써핑을 통해 찾기 시작했다. 
들풀들에 기댄 것이지만, 잡풀들을 빌린 것이지만 
이를 통해 정작 내 자신을 묻는, 반성적인 작업이기도 했다. 
이름 없는 들풀들에, 밟히는 줄도 모르고 밟히는 잡풀들에, 
있는 줄도 모른 채 있는 것들에 한 번쯤 
자기를 동일시해 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등갈퀴나물, 강활, 톱사상자, 벌사상자, 천궁, 전호, 족제비싸리, 
도깨비가지, 왕관갈퀴나물, 다닥냉이, 광대나물, 금불초, 꽃범의꼬리, 
끈끈이대나물, 만수국아재비, 민바랭이 등등... 
몇몇을 빼고는 대개 이름마저 생소한 것들이었다.
이름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의태적인, 
그러므로 사람이 보거나 사는 꼴을 흉내 내 
이름을 지은 것 같아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그렇게 식물들을 채집했고, 하나하나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식물들에서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싸우지 않고 순응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그 사는 방법을 죽음을 염두 하는 삶이라고 불렀다. 
왜 염려하는 삶이 아니고, 염두 하는 삶이 생각났을까. 
염려하는 삶과 염두 하는 삶은 어떻게 다를까? 

그리고 죽음을 염두 하는 삶이란 어떤 삶인가. 
아마도 죽음을 염려하는 삶, 
그러므로 삶을 받아들이고 죽음을 멀리하는 삶이 아니고, 
죽음을 머리에 이고 사는 삶, 
죽음을 삶처럼 모시고 사는 삶을 의미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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