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접해보지 못한 큰일을 경험하게 되면 그 규모에 걸맞은 적절한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벌어진 예상치 못한 일부터 국제적 분쟁까지, 일이 벌어진 다음에 고개를 끄덕일 이유나, 그 일의 의미를 찾아야 안심이 된다. 그렇지만 세상은 우리가 예상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설명하는 것은 더욱 어렵고 실은 부질없는 일이기도 하다.
벌어진 사건에 대해 의미와 이유를 꾸준히 찾으려는 것은 왜일까. 비록 나중에 틀렸다고 확인이 되더라도 깔끔하고 확실한 설명을 해야 뇌가 덜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혼돈한 세상일수록 확실한 메시아나 독재자의 강력한 지시를 따르고, 미신을 믿는 사람이 늘어난다.
여러 가지 우연한 사건과 작은 디테일의 상호작용이 한 사람의 운명, 더 나아가 역사를 변화시켰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걸 인정하기 어렵다. 왜냐면 불안을 줄일 수 없고, 개인은 우연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무력해지기 마련이다.
누가 계획한 것이 아닌데도, 벌어진 사건은 좋기도, 나쁘기도 한 방향으로 진행된다. 마음은 이유를 설명하고 싶어 하겠지만, 모든 일에 다 이유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기대한 것보다 세상은 통제하기 어렵고, 작은 일들의 상호작용들이 물밑에서 일어나고 있다. 무시하고 넘어간 잡음이 타인에게는 신호가 돼 작용을 일으키고, 돌고 돌아 내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유와 의미를 찾기 위해 애를 쓸 시간에 적절히 대응하고 다음 단계로 가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설명에 능숙한 평론가가 좋은 작가가, 해설가가 좋은 감독이 되기 어려운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