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롱나무 꽃이 지면 여름이 간다.
여름은 초록이다.
초록 세상인 여름에 붉은 배롱나무 꽃은 유별나다.
배롱나무는 한여름 땡볕을 온전히 받아 내며
붉은 꽃을 백일씩이나 피워댄다.
초록과 빨강, 서로 멀리 있는 색이지만
같이 있어 더 어울린다.
요즈음처럼 다른 이의 목소리를 굳이 멀리하며
모든 이를 "한쪽" 어디론가 몰고 가려는 세상에서는
다양한 목소리의 어울림이 더욱 그립다.
소수가 있어야 다수가 있고,
비쥬류와 주류는 같이 있어야 아름다울 수 있다.
조선시대 때 주류 정치에서 밀려 났거나,
혹은 스스로 물러났던 선비들이 낙향하여
정원 연못가에 배롱나무를 심어
세상사를 잊고 무릉도원을 꿈 꾸었다고 한다.
무릇 풍류를 즐기는 선비들이 아낀 배롱나무였다.
예나 지금이나 배롱나무 꽃은 세상 밖 세상을 노래한다.
배롱나무 꽃이 지고나면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며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저러나 배롱나무는 정말 간지럼을 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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