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삶에 가장 또렷이 기억되는 詩는 무엇일까?
나의 경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로 시작되는 조지훈 시인의 [승무]라는 시와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이란 싯귀가 또렷한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란 詩가
강렬하게 내 뇌리속에 자리잡고 있지만 오늘 소개하는
김남주 시인의 [솔직히 말해서 나는]이란 詩와
허연 시인의 [간밤에 추하다는 말을 들었다]라는 詩가 가장 또렷이 기억에 남는다.
시인의 정치성향은 상관없이 내가 평생 좋아하는 詩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 김남주]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무것도 아닌지 몰라
단 한방에 떨어지고 마는
모기인지도 몰라 파리인지도 몰라
뱅글뱅글 돌다 스러지고 마는
그 목숨인지도 몰라
누군가 말하듯 나는
가련한 놈 그 신세인지도 몰라
아 그러나 그러나 나는
꽃잎인지도 몰라라 꽃잎인지도
피기가 무섭게 싹둑 잘리고
바람에 맞아 갈라지고 터지고
피투성이로 문드러진
꽃잎인지도 몰라라 기어코
기다려 봄을 기다려
피어나고야 말 꽃인지도 몰라라
그래
솔직히 말해서 나는
별것이 아닌지 몰라
열 개나 되는 발가락으로
열 개나 되는 손가락으로
날뛰고 허우적거리다
허구언 날 술병과 함께 쓰러지고 마는
그 주정인지도 몰라
누군가 말하듯
병신 같은 놈 그 투정인지도 몰라
아 그러나 그러나 나는
강물인지도 몰라라 강물인지도
눈물로 눈물로 눈물로 출렁이는
강물인지도 몰라라 강물위에 떨어진
불빛인지도 몰라라 기어코
어둠을 사르고야 말 불빛인지도
그 노래인지도 몰라라
[간밤에 추하다는 말을 들었다 - 허연]
배고픈 고양이 한 마리가 관절에 힘을 쓰며 정지 동작으로 서 있었고
새벽 출근길 나는 속이 울렁거렸다.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전진 아니면 후퇴다.
지난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나와 종일 굶었을 고양이는
쓰레기통 앞에서 한참 동안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둘 다 절실해서 슬펐다.
“형 좀 추한 거 아시죠”
얼굴 도장 찍으러 간 게 잘못이었다.
나의 자세에는 간밤에 들은 단어가 남아 있었고
고양이의 자세에는 오래전 사바나의 기억이 남아 있었다.
녀석이 한쪽 발을 살며시 들었다.
제발 그냥 지나가라고.
나는 골목을 포기했고 몸을 돌렸다.
등 뒤에선 나직이 쓰레기봉투 찢는 소리가 들렸다.
고양이와 나는 평범했다.
간밤에 추하다는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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