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억들을 남겼던 물건들이 자꾸 사라져가고 있다. 나의 생에 있어서도 사라지는 물건들이 늘어만 간다. 나는 이것들을 간직하고 싶다. 따라서 [사진]은 내게 있어 오래된 유혹이었다. 추억을 가두는 길은 그 것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사진으로 무언가를 말할 수는 없다. 나는 단지 내 기억들을, 오래된 것들을 가두어 놓고 싶을 뿐이다.
그것들을 들여다보며 도리어 슬픔에 잠기게 될지라도 가두어 놓고 싶은 것이다. 정지해 있는, 오래된 기억의 시간들은 얼마나 슬픈 것일까. 그러나 그 기억들이 아무리 슬프다고 하더라도 마주할 수 없는 슬픔보다 크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그런 것들을 담아놓고 싶다. 그것들은 한때의 최첨단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불편함의 상징이다. 어떠한 도중 폭주의 물결에 눈깜짝할 새도 없이 쓸려가 버리는 우리의 세월의 상징이다.
사람을 바꾸는 기술..... 나 역시도 벗어날 수 없지만 이제부터는 그 속도를 최대한 가두어 보리라. 사라지는 것들이 아픔만으로 남길 원하지 않으니까...
* 사진에 보이는 주판, 다이얼 전화기, 필름 카메라, 라디오, 녹음기, 브라운관 TV, 카세트 테이프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