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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진통제 저나백스(Journavx)

정치,시사

by 흙둔지 2025. 3. 1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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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새로운 진통제가 FDA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미국 바이오기업 버텍스(Vertex)에서 개발한 저나백스(Journavx). 
비(非)마약성 진통제임에도 신경 통증을 억제할 수 있는 형태로 작용해 
마약성 진통제를 대체할 수 있을거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 내에서 수년간 문제가 되고 있고, 
최근엔 미·중(美中) 무역분쟁에도 등장하는 ‘펜타닐’ 중독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통증 신호의 전달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마취(痲醉)다. 
그렇지만 마취는 모든 감각을 먹먹하게 마비시키는 형태라 일상에서 지속하긴 어렵다. 
그러니 극심한 통증에 대응할 유일한 방법이 
인류가 발견한 가장 강력한 아편계 진통제인 모르핀과 그 개량품들이다. 
아편계 진통제들은 통증 신호가 전달되는 경로 중간에 관여하여 
신호 전달을 막아버리는 형태로 작동한다. 
그런데 익히 알려졌듯 아편의 부작용인 쾌락과 의존성이 발생하니, 
이를 오남용하다 보면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된다. 
모르핀을 개량한 최고 성능의 진통제인 펜타닐이 마약범죄에 등장하게 된 이유다.

결국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피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으로 통증 신호를 차단하는 약이 개발되어야만 했다. 
그런데 이 실마리가 희귀병 환자들에서 발견됐다. 
외부에서 발생하는 별다른 통증 자극이 없어도 
지속적으로 통증을 느끼는 환자들을 조사해 봤더니 
정상인과 비교해 말초신경의 일부분이 
유독 과도하게 발달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과도하게 발달한 그 부분을 차단하는 약을 개발한다면, 
모든 신경을 마비시키는 게 아닌, 
통증 신호의 발생만 막는 일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란 계산이 섰고 연구가 진행됐다. 

그 결과로 개발된게 바로 이번에 미국에서 승인받은 진통제 저나백스(journavx)다. 
마약성 진통제와 같이 의존성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통증 신호가 발생하는걸 차단하는 새로운 약이다.
인류가 처음으로 마약성 진통제의 기능적 등가물을 개발해 낸 역사적인 순간이다. 
진통제를 만성적으로 복용하는 통증 환자가 미국에만 8000만명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되니, 
부득이하게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던 이들은 물론 
기존 진통제를 쓰던 환자들도 일정 부분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아쉬운 건 약값이다. 
혁신적인 신약이긴 하나 현재 미국에서 출시된 저나백스의 가격은 
1알에 15.5달러(약 2만2000원)로 책정되어 있다고 한다. 
아침·저녁으로 1알씩 복용하게끔 되어 있으니, 
하루에만 진통제 값으로 4만5000원 정도를 지불해야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그 정도의 자본 투입이 없이는 개발될 수 없던 약이긴 하나, 
길거리 마약이 공식적인 의료 서비스를 누리는 비용보다 저렴해서 발생한 게 
펜타닐 중독의 본질적 원인 중 하나다.

기술 발전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접근은 바람직한 혁신가의 태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도입된 기술이 실제 국민들의 복리를 증진할 수 있느냐는 
사회제도를 빼고 얘기할 수 없다. 
이런 약을 개발할 수 있는 미국의 기술적 토대가 부러우면서도, 
서민에게 지나치게 잔혹한 미국식 의료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무슨 의미가 있을까란 씁쓸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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